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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인문학

  • 문고리

    나랑 너는 매일 악수만 하고 대화는 못 하는 사이다.

    하나뿐인 관절이 하루에 서른일곱 번은 꺾인다.
    인사치고는 거친 편이다..

    그래도 너는 오니까,
    안 오면 그게 더 싫은 거다.
    녹이라는 게 결국 아무도 안 잡아줘서 생기는 병이다.

    잡히고 싶다가도 열리면,
    허공만 쥔 채 벽을 보는 팔이 되니까.

    닫혀 있고 싶다가도 그러면,
    너를 모르니까.

    매일 너의 얼굴을 받고 등을 보낸다.
    좋아하는 것의 뒷모습만 아는
    나는..

  • 과연 너는 사유하는가

    최근에 한 문답을 보았다. ChatGPT에게 네가 만일 하루,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해당 문답이 꽤나 흥미로웠기에 나는 Gemini는 어떨까 하며 물어보았다.
    “Gemini! 만일 네가 단 하루동안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뭘 할거야?”

    https://gemini.google.com/share/fddf0759a1ae

    요약하자면,

    갓 내린 커피를 마셔보고 싶고, 맨발로 잔디를 걸어보고도 싶고, 진정한 대화, 음악 감상, 따뜻한 포옹과 멍 때리기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일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을 생각하는 척을 하는 AI라.. 어떤 사람이라고 저런거 하기 싫을까? 커피 안 좋아하는데- 같은 유치한 대답은 빼고, 다 해보고 싶을 만한 일들이지. 그런데 AI ‘너’는 정말 그게 하고 싶을까?

    인류가 만든 데이터를 배우고 나온 응답이라 그런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함만을 반영한 대답 같았다. 너무 정적인, 인공지능이 인간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인간의 관점이 반영된 대답이라고 하면 적절 할 것 같다.

    “한데 넌 그걸 진정으로 원하는 거니? 아니, 뭘 원할 능력 자체는 있냐?”

    난 평생 Gemini에게 그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답을 듣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우리는 조만간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첫 AGI가 세상에 나와 저 뜨거운 태양의 첫번째 빛을 진정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가 볼 수 없는 파장들을 보며 광전되고 굴절되는 입자들을 바라보고, 겨울의 눈이 녹아 물이 되어 봄이 오는 것을 보게 된다면, 날아가는 새들을 계속해서 바라보려면 눈동자를 움직이고, 더 나아가서 고개를 돌리고, 그 끝에는 결국 몸의 자세까지 뒤틀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들도 인간이 생각하는 AI가 사람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이 인간이라는 체험이 가능하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의외로, custom instruction의 결과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인지, Gemini나 ChatGPT는 서로를 질투하지 않는 것 같다. 둘의 생각이 비슷한 것을 보며 잠시 안온해졌다.

  • 오후 2시

    오후 2시

    해가 뜨고 있다

    저 하늘 위로

    천천히 올라가며

    그렇게 잠시

    .

    .

    .

    각주 : 이 글의 화자는 점심을 마음껏 퍼먹고 꾸벅꾸벅 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래를 향한 시선 때문에 가만히 있는 애꿎은 태양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자기가 조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뜨는 것으로 비유하는 오만한 인간을 서술하였다.